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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을 읽는 방법

blessing u 2020. 6. 5. 10:32

 

시편을 읽는 방법

시편은 그 자체로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약성서, 나아가 신약성서를 포괄하는 성서 전체의 맥락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시편 한 구절, 또는 한 편을 이해하려면 시편 전체의 흐름과 함께 성서가 대변하는 이스라엘의 신앙 맥락과 연관시켜 보아야 합니다.

가령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야훼는 나의 목자”(시편 23,1)란 구절만 보더라도, ‘야훼’라는 하나님 이름이 성서에서 드러내는 깊은 뜻과 그에 대한 다양한 신앙고백이 갈무리되어 있습니다. 또 ‘목자’라는 말속에는 자신이 양이라는 고백과 함께, 목축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의 생활양식은 물론 거기서 비롯된 목자와 양의 실질적 관계, 이 관계를 유비시켜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간의 관계를 가리켰던 다른 성서 표현 등이 다 담겨 있지요.

 

시편의 분류와 감상

시편은 그 형식과 내용에 따라 크게 찬양 시, 탄원 시, 감사 시, 그 밖의 시로 나뉩니다. 여기서도 그렇게 몇 가지로 나눠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1. 찬양 시

유일하신 절대자 하나님, 창조주 하나님, 이스라엘 백성이 믿고 따르는 하나님을 기리고 찬양하는 시편들입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권유로 시작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유를 나열한 다음, 다시 하나님을 찬양하거나 짧은 축복문 및 기도문으로 마무리하는 꼴로 짜여 있습니다. 대개 시편 8; 19; 29; 33; 67; 95-100; 103-106; 111; 113-114; 134; 136; 145-150편 등을 찬양 시로 봅니다. 일례로 시편 8편을 감상하겠습니다. 주의 이름 온 세상에 어찌 이리 크십니까?

시편 저자는 왜 하나님을 찬양합니까?(8,3-6) 시의 첫머리와 끝머리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그 이름을 기립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너무나 크고 고맙기 때문입니다. 이 시에서 중심이 되는 하느님의 업적은 창조사업입니다. 창세기 1-2장에 나타나는 창조 업적이 시인의 입을 빌려 다시금 묘사됩니다. 도대체 사람이 무엇이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당신 창조의 중심에 놓으시고 뭇 만물을 돌보게 하셨는지, 시인은 다만 감격하여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본래부터 그럴 만한 자격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하나님께서는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 주셨기” 때문입니다.

신약성서의 히브리서 저자는 이 시편을 빌어 예수님을 노래합니다(히브 2,6-9). 이 시편에 나오는 인간상이 예수님 안에서 드러난다고 보았던 것이죠. 여하튼 우리는 이 시편을 노래하면서 새삼 자연 속에 있는 인간의 위치와 사명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가득이나 생태계의 위기를 느끼는 이 시대에, 이 짧은 시편의 울림은 크게 번져 갑니다. “야훼, 우리의 주여! 주의 이름 온 세상에 어찌 이리 크십니까!” 노래하면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시편 22편)

 

2. 탄원 시

박해를 받거나 죽음이나 질병 같은 심각한 고통을 받을 때 하나님께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며 구원해 주실 것을 탄원하는 내용이지요. 시인은 먼저 자신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뒤 그 고통을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을 고백합니다. 이어 자신을 괴롭히는 원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하나님께 구원을 간청합니다. 이러한 탄원은 한 개인이 드리기도 했고,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와 예루살렘의 파괴 같은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집단적으로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 유형이 시편에서 가장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탄원 시는 시편 3; 5; 22; 25; 28; 44; 60; 74; 78-80; 83; 85; 90; 94; 102; 123; 137편 등입니다. 한 예로 시편 22편을 읽어 보겠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시인은 하나님을 ‘나의 무엇’이라고 부릅니까?(22,19)  이 시편은 울부짖음으로 시작합니다. 그 울부짖는 소리가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다가, 구원자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로 마감됩니다. 지금 “뼈 마디마디 드러나 셀 수 있는” 처지에 빠진 이 시인이 겪고 있는 곤경과 어려움은 몹시 심각합니다. 그런 처지에서도 시인은 끝끝내 하나를 믿고 의지하며 자신의 구원을 맡겨 드립니다. 그런 맥락에서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말씀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마태 27,46)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감사 시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 행위의 위대함을 노래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내용입니다. 시작은 찬양 시와 비슷한데, 본문에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나열하면서 하느님께 영원히 찬미를 드리겠다는 약속과 지속적인 신뢰심을 표현한 다음, 끊임없이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함을 공동체에 권유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끝맺고 있어요. 감사 시에도 부분적으로는 탄원과 찬양의 내용이 들어 있어요. 사실 이 세 가지는 서로 어울려 다니거든요. 대표적인 감사 시인 시편 18; 30; 32; 34; 40; 66; 92; 116; 118; 124; 129; 138편 등에서 18편을 살펴보겠습니다. 야훼여, 당신을 사랑합니다(시편 18편)

* 시인이 하나님을 “나의 무엇”이라고 부른 열한 가지 표현을 찾아보십시오(18,1-2. 28).

시인은 열정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분이 베푸신 구원 행위를 나열합니다. 하나님은 그를 “원수의 손에서”(3,17절), “거센 물속에서 건져 주시고”(16절), “어깨를 펴게 해 주시고”(19절), “상을 내리시고”(20절), “붙들어 주시고”(26절), “적대자들 위에 높여 주셨습니다”(48절). 그렇기에 시인은 “그 고마움을 어찌 만민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당신의 이름을 노래하지 않으리이까?”(49절) 하며 토로합니다.

시인이 고백하는 하나님은 “하늘을 밀어젖히시는"(9절) 자연의 주재자이시고, “옳게 살았다고 상을 내리시는”(20절) 정의의 하나님이십니다. 결국 시인은 우리가 의지할 대상은 인간이나 다른 무엇이 아니라 하나님뿐이시며(31절), “한마음으로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한마음으로 위해 주신다”(25절)고 체험에서 우러나온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편은 사무엘 하권 22장에서 다윗의 노래로 나올 만큼 오래된 노래입니다.

복되어라,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시편 1편)